성금요일… 유월절 묵상

성금요일 아침입니다.

 

뉴스를 보면 어두운 내용들이 앞면을 장식하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 아침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전세계에 엄청난 파급력으로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를 보면서 복음의 전파가 이렇게 영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외부에서 들어와서 우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보다 우리 마음 속에서 우리를 장악하는 죄의 영향력은 더 큰 것임에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아침 패스오버(유월절)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이집트의 가정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가슴 아픈 순간 중에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바른 이스라엘 백성의 집은 안전했습니다.  이스라엘 가정은 조용히 가정에서 죽음의 천사가 그 집을 넘어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바로 이 유월절 기간에 일어났습니다.  예수님의 피로 말미암아 우리가 구원을 받은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기억하는 이 때에 우리 가정도 조용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드리운 죽음과 병의 그림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세상에 고통과 탄식이 만연하고 아파하는 이 시기가 누군가에게는 우리에게 허락된 구원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때가 됩니다.  고통의 한 복판이 도리어 구원의 감사가 함께 하는 때이지요.

 

부활절을 앞두고 이 고난 주간을 격리 기간으로 지나면서 몇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첫째, 이 격리된 시기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질문하고 사는지가 앞으로의 우리의 삶에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간 우리가 습관적으로 질문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상황으로 인해 더 좋아진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전세계적인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 가정을 위한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고 우리 안에 특별한 감사가 머물게 될 것입니다.

이 기간이 고통을 위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구원을 위해 주어진 것이라면 이 상황에서 무언가 우리에게 주어진 은혜와 선한 변화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비드 19 사태로 인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업소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 가운데 많은 회사가 문을 닫고 많은 사람이 직장에서 쫓겨날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이 때가 기회가 되어서 큰 돈을 벌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가 있는 가정에는 설령 기업이 망하고 직장을 잃어도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그 와중에도 보호하시는 주님의 손길이 있고 바라볼 최후 승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예수님을 잃은 슬픈 날이지만 오늘이 끝이 아닙니다.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둘째, 우리는 우리가 하던 많은 것들을 안 하고서도 살 수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그것을 안 하면 큰일날 것 같았던 많은 일들도 정작 놓고 보니 놓을 수 있는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이 기간에 우리에게 내려놓음을 연습하는 시간을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하면서 한 번은 병원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또 한 번은 비자에 문제가 발생해서 오래 전에 계획했던 중요한 일정을 포기해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뜻밖의 상황 발생으로 해야 할 것을 못하고 갇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나니 그 좌절된 듯 보이는 삶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리듬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가 있음을 배웠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기에도 여전히 하나님의 은혜가 저와 함께 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결과 긴 안목으로 보면 그 때 그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저의 삶 속에서 이루고자 하시는 일을 이루셨습니다.

 

우리는 부활절을 맞는 이 시기에 교회에 가는 것조차 중단해야 합니다.  이 과정 가운데 우리의 예배를 향한 마음과 태도가 공간으로서의 예배당을 가지는 것보다 본질적으로 더 중요함을 배웁니다.  이 시기에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며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 시기 교회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될 것입니다.  우리가 집에서 하고 있는 일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됩니다.

또 이 기간 우리가 자녀들과 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영적 성장을 돕지 않으면 앞으로 두 번 다시는 같은 기회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함께 예배하지 않으면 상황이 좋아진 후 함께 예배하기는 더 어려울 것입니다.

부모들이 지금 영적인 부모되는 연습이 되지 않으면 인생의 중요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과 더 깊은 묵상과 교제의 시간을 이 때 갖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 그 기회가 없어질 것입니다.

지금을 하프 타임으로 삼고 이보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하며 용수철을 웅크리는 시간으로 삼는 것이 때를 아는 지혜입니다.

 

셋째, 우리는 이 시간을 견디는 것을 넘어서 건강하고 복되게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의 어려움이 신앙 생활에서의 트라우마로 남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클라호마 총격 사건이 있고 난 후 이년이 지나서 교회의 지도자를 포함한 많은 성도들이 이유모를 우울증과 무기력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의 시기를 정신없이 지났는데 그 트라우마가 몸과 정신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영향이 그 때 나타난 것이지요.

아내는 한 때 비행기의 안내 방송에서 위급 상황 시에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면 먼저 자신이 마스크를 하고 다음에 아이에게 씌워주라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보통의 엄마라면 아이 먼저 챙기게 될텐데….라는 것입니다.

이 시기는 먼저 자신이 건강한지 그리고 건강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잘 돌아보고 자신을 돌아보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만약 의료진이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게 되면 그 즉시 치료를 중단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감염된 사람이 치료에 나서는 것은 서로를 망가뜨리는 일이 됩니다.

특히 교회의 목회자와 지도자들은 이 시기 성도들을 챙기기 이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깊은 번아웃의 시기를 맞을 수도 있겠지요.  번아웃된 목회자는 다른 성도를 도울 수 없습니다.

 

죽음과 어두움이 흐르는 시기 십자가와 부활을 묵상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유월절의  깊은 은혜와 감사로 인도함 받으시기를 그리고 그 일에 우리의 몸과 마음과 시간을 집중할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