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안에서의 자유, 결핍 속에서의 풍요

오늘 종려주일 예배를 가족과 함께 집에서 영상으로 드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부활절 전후로 저는 항상 외부로 나가서 설교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과 부활절 예배나 고난주일 예배를 함께 할 수 없어서 그 기간에 정작 저희 자녀들에게는 고난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직접 삶 가운데 보여줄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 고난주간에 저녁마다 함께 예배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가족과 제게 좋은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간 돌아보니 유익한 것도 많음을 발견합니다.
집회도 많이 취소되고 생활비도 사역비도 타이트해졌지만 덕분에 얻는 것들이 많습니다.

때를 따라 공급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기에 오늘 주신 만나를 가지고 잔치할 수 있는 여유로 살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가족과 함께 그 동안 인도네시아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봄을 느껴보고 있습니다.
막내는 이곳에서 봄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배우고 봄이 어떤 느낌인지를 몸으로 느껴보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마음대로 무언가를 할 시간이 주어졌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미국의 구석구석 돌아다닐 계획을 세웠을 것 같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섭리 가운데 오히려 느린 일상에서 작은 것들을 돌아보고 관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걸음을 늦추고 살아보는데 익숙하지 않은 삶의 방식이었지만 막상 적응하고나니 여유와 쉼과 가족간의 누림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가 묵는 곳이 농장 주변이라 벌레와 짐승이 많은 곳입니다.
집주변의 말벌집을 찾아서 제거하고 말벌을 제거하고 불개미 집에 약을 치고 독거미 등 해충에 대비하는 준비와 뱀을 쫒는 백반을 뿌리는 등의 일을 하며 집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한편 아이들 가르치다 보면 속이 터질 일들이 많이 있지만 거기서 불편했던 제 진짜 모습을 대면하게 됩니다.
십자가를 설교했지만 집에서 십자가 은혜 안에 거하는 법을 몰랐던 자신과 씨름하게 되지요.
또 예배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믿었지만 정작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을 때 예배의 자리를 찾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삶 속에서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 하며 예배자로 서고자 다짐하는 고난주간입니다.
고난이 유익이라는 고백을 삶에서 경험하며 누리는 하루 되기를 소망합니다.
때로는 결핍과 구속 가운데 진정한 자유와 풍요를 경험하게 됨을 배웁니다.